사람은 가끔 망가져.
사람이 망가지면
점심에 교내식당에 가는건 음식을 먹으려고 가는게 아니야.
그냥 점심을 먹으려고 가는거야.
원래 이 시간엔 뭘 먹는거니까. 밥 까지 안먹으면 안되니까.
안경에 뭐가 묻어도 잘 닦지 않아.
신발끈이 풀려도 그냥 냅두지.
늘어난 티셔츠, 그리고 방 쓰레기통에는 주름진 휴지조각 몇개와 빈 맥주캔 서너개만.
더 이상 심하게 외롭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안 외로운 것도 아니야.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걸 진심으로 바랄 정도로 희망을 갖고 있지도 않지.
매일이 회색같고, 분필같고, 쳐져있는 커튼같지.
이런거야 망가진다는 건
그리고 지금 내가 대충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