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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8.

타블로


HiphopPlaya 국내음악 게시판에서
조회수 1908, 추천 15, 댓글 28개로 추천글 반열에 오른 글
미숙한 글인데, you get my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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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버벌진트 최고다 이런 말은 많이 나오는데
타블로 최고다 이런 말은 별로 안나오는게 미스테리.

난 타블로가 국내에서 가사만큼은 독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언급이 안돼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흔히들 녹턴 들어봐라, 백야 들어봐라, 낙화 들어봐라
이러는데
이런다고 듣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왜 타블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지 몇 자 적어보겠다.

1. Nocturne (Tablo's Word)

타블로의 말.
이 곡은 정말 가사, 플로우, 메세지.. 세 마리 토끼 다잡는 곡.

분위기 조성이 정말 잘 된곡.

"어느새 밤이 멎은 숨을 쉬어,
새벽 별은 춤을 춰,
어둠이 도시 숲을 삼키고 폭풍의 검은 눈을 떠
벌써 골목길에 숨은 저 도둑 고양이들 조차
쓰디쓴 웃음 져"

이게 그저 그런가? 한글자 한글자 곱씹으면서 읽어보라.
이게 그저 그런 렙인가? 시작부터 곡에 어둠이 깔리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깔린다. 이 정도 쓸 수 있는 엠씨. 몇이나 될까?
근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휘어진 가로등 아래 며칠 고인 빗물 조차
곧바로 증발해 이순간에 같은 달을 보며
어느 남편은 귀갓길에 에서 차를 돌려
그를 기다리면서 누군가 화장을 고쳐"

휘어진 가로등? 가로등이 휘어져있다.
이게 대수롭지 않은가?
빗물이 증발하고, 두 사람은 같은 달을 보고 있다.
정말 자연스럽게 어둠이 조성된다.
휘어진 가로등, 빗물, 달.
새벽 별, 골목길, 도시 숲, 쓴 웃음.

이것들이 우연으로 툭 튀어나온 단어들인가?

또, 차 핸들을 돌리는 남자와
화장을 고치는 사람.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스토리의 주인공들.

우연의 일치? 아무나 쓸수있는 가사?

일단 여기까지가 verse 1 이다.

verse 2 에선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밤을 새던 한주 끝에 토요일의 밤
그를 독촉이는 맘 남자의 놀이터로
둘 다 돈의 놀잇감, 만나면 좋지 서로
거래 관계 ,돈과 쾌락을 주고 받는 상대"

토요일 밤. 남자의 놀이터?
사실 사창가는 돈의 놀이터 이다.
남자와 여자는 놀잇감들일뿐이고.
놀이터와 놀잇감이 등장.
우연?
돈과 쾌락이 오가는데..

자 이제 스토리가 절정으로 치닫는다.


"수인의 죽은 혼 도시의 요람 흔드는
멕베스 부인의 붉은 손 why be alone?"

멕베스 부인.. literary allusion.
셰익스피어의 비극 멕베스의 케릭터다
손에 피를 뭍히고 결국 그 더러운 피와 죄를 씻지 못해
마지막 씬에서 제손으로 숨을 끊는 케릭터.

*참고로 Macbeth 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Macbeth 란 단어를 꺼내면 그 극장이 불타거나
망하거나 비극적인 일이 생긴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흔히
극 제목 Macbeth 대신 “The Scottish Play”,
즉 “스코트랜드의 극” 이라고 불리는 재수없는 비극이다.

리릭컬 천재.
이런 문학적인 비유를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이 많은거같다.
타블로가 이 재수없는 비극을 자신의 가사에 가져다 쓴게 우연인가?

여기서 끝? No, 더 있다.

"6만원짜리 면죄부가 사는 싸구려 천국을
가지면 돼 그는 그렇게 승천과 타락에 뒤섞인 채"

면죄부. Indulgence. 난 이거 듣고 소름이 쫙 돋았다.
타락한 가톨릭교는 16세기에 천국으로 가게해주는 티켓을
더럽게, 얼굴에 철판 깔고 팔아댔다.
천국의 가치는 결국 면죄부 한 장.

결국 남자는 6만원짜리 면죄부를 손에 거머쥔 채
싸구려 천국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승천과 타락에 뒤섞인 채로…

천재적. 이 정도로 가사 쓸 수 있는 엠씨가 있나?

그리고, 곡 전체 흐름을 보자.
이정도로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엠씨가 있나?
참고로 타블로는 "사창가" "창녀" "매춘"
이런 단어들을 한번도 쓰지 않고
고급스럽고 적절한 비유들로 렙을 포장했다.

난 정말 엠씨들 가사에 귀를 많이 기울이고
정말 까다로운 사람인데
타블로 렙은 고급. 꽉 차있고 흠잡을 부분이 없다.
명품.

아무나? no, 절대로. 절대로 아무나 못한다.


2. 백야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추상적으로 그려놓은 곡.

처음부터 강하게 시작한다.

“알기도 전에 느낀 고독이란 단어의 뜻”

단어를 알기도 전에 몸으로 느꼈다?
알아듣기는 쉽지. 이렇게 쓰기는 쉽나?

“눈 떠 보니 yesterday, 수줍던 그 때
책 속에 낙엽을 둔 채 꿈을 줍던 그대
계속해 아무도 모르게 웃고 울던 그대
창밖에 홀로 바람에 불던 그네”

Yesterday. 타블로가 과거를 회상한다.
1. 수줍다
2. 독서를 사랑했고
3. 외롭다,
4. 홀로 바람에 움직이는 그네만큼.

이렇게 4마디로 뚜렷한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는 엠씨.
더 있을까?

“그 토록 순종했던 내 맑은 피가
선악과의 거름이 돼, 그 작은 씨가”

선악과의 거름이 된다.
알다시피 선악과를 배어먹은 아담과 하와는 죄와 악의 늪에 빠지게 된다.
깨달음과 반항을 나타내는 라인들인데
동시에 타블로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라인들이다.
타블로는 배운게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유가 고급스럽다.
Allusion 을 제일 잘 이해하는 엠씨랄까.

“때론 도망치고 싶은데 멈출 수 없는 건
아직도 공책을 찢고 돌아설 수 없는 건
세상의 파도속에서, 사상의 감옥 속에서
밤이 찾아오면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바다를 뒤엎을 수천만의 피를 봤지
진실의 거짓과 거짓의 진실을 봤지
쇠사슬을 목에 차는 지식의 사치
벽이 된 눈에 못을 박은 현실의 망치”

지독한 악몽 같은 현실.
밤, 파도, 감옥, 악몽, 피.
이 단어들의 선택이 우연?

아, 또 있다.
진실의 거짓과 거짓의 진실을 봤다.
무슨 의미일까?
흑백은 없다는 소리다.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진실이라고 믿는것엔 거짓이 탈을 쓰고 있을지 모르고
흔히 거짓이라고 당연한듯 받아들이는 것엔 진실적인 가치가 숨어있을지 모르는 것.

타블로의 사상의 깊이와 성격을 잘 정리해주는 라인.
이런 라인이 정말 펀치라인이 아닐까?
남을 멋있게 깍아내리는 라인만 펀치라인이
아니라는걸 거의 증명하다시피 뱉어낸다.

여기까지 녹턴, 백야 가사 정리 끝.

하고 싶은 말:

난 타블로가 왜 이렇게 언급이 안 되는지 이해가 안간다.
난 정말 가사만큼은 독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사>>>>>스킬 이라고 리스너들이 키보드를 두들기지만
정작 자주 언급되는 건 VJ.
VJ가 가사를 못쓴다는 말이 아니다.
난 그저 타블로가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타블로가 욕 참 많이먹는거같아서 아쉽다.
상업적이다 재수없다 하는데…
타블로만큼 글의 힘을 잘 이해하는 엠씨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참 아쉽다
이런 전설적인, 차원이 다른 엠씨의 말에 사람들이 더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


글이 길어졌으니 요약.

1. 타블로의 가사는 씬에서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2. 예: 녹턴, 백야
3. 가사>>>스킬이라고 외치면서 왜 타블로 언급이 적냐
4. 감사히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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