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쏴아.
가끔 지붕없는 머리위로 상상의 소나기가 쏟아진다.
빽빽이 내리는 빗줄기와 빗줄기 사이로 말도안되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가끔은 지옥을, 때로는 황홀을 맛보게 된다.
악마와 계약을 맺기도 하고,
꿈속의 그녀와 춤을 추기도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지속될수 없기에 아름다운 거겠지.
마지막 빗방울이 몸을던져 흙과 마찰하는 동시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모든게 잠잠해지고
구름한점 없는 하늘아래 빗물 고인 웅덩이가 하나 둘 증발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
"여기까지야" 라고 속삭인다.
슬픈건 한마디의 반박조차 할수 없다는 것.
그래. 한가지 확실한건,
현실은 절대 틀린말을 하지 않는다.
#1
보여줄것이 있다는 핑계로 그녀를 불러냈다. 사실 보여줄건 없었다. 앞장서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고,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별 저항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올라갈수록 심장은 내려앉는듯 느껴졌고, 땀으로 젖어가는 손은 주머니속에 깊이 찔러 넣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교내 공원. Humanities 빌딩과 Mathematics 빌딩 사이에 위치한 작은 공간. 이과의 이성적인 기운과 문과의 감성적인 분위기가 맛깔나게 대조되어 어울리진 않아도 안어울린다고 하기엔 또 뭐한 말모를 풍경을 연출한다. 오래된듯 멋스럽게 낡은 벤치에 걸터앉아 자판기에서 뽑아온 캔커피를 그녀에게 건냈다.
"누나, 저 사실 이번학기만 다니고 학교 그만둬요. 아빠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서 학비를 못대준다고 어제 전화왔는데."
말하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난 계속 이어갔다.
"마침 잘됐다 싶어요. 원래 제가 생각이 좀 많잖아요. 이제 마음 내키는대로, 눈치 안보고 내맘대로 할려구요."
의아해 하는 그녀의 눈. 그녀가 입을 열기전에 재빨리 가로챘다.
"좋아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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